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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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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토)
 

05:00
분명 푹 잤는데 일어나자마자 목이 미친새끼처럼 아프기 시작
올 게 왔다⋯⋯ 비염이 왔다
 
저는 코뼈 자체에 문제가 있는 비중격만곡증에서 발생하는 비염이라 일반 비염 스프레이나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근본적으로 코뼈를 뜯어 고쳐야 근 20여년 간의 문제가 해결되는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코로 숨 못 쉬고 새벽 내내 입으로 숨 쉰 것 때문에 목이 미친새끼처럼 아파와도 그냥 내 운명에 수긍하고 화장이나 처 해야 함
 
목이 아예 잠겨서 목소리도 안 나오는 이 모든 상황에 30분동안 침대에서 현실부정하다가 잠 깨고 아침으로는 대충 로메인에 햄 들어간 저가형 샌드위치 찾아서 물이랑 약이랑 먹고 화장했네요⋯⋯ 저번 달부터 먹고 있는 약 때문에 악지성이었던 피부가 하루아침에 건성이 되어 버려서 스킨케어만 거의 30분 정도 꼼꼼하게 함 그랬더니 이 날은 집 들어올 때까지 웬일로 화장이 안 무너졌음
 
 
08:10
 

晴れの国

 

오늘도 슬로건 이름값 하는 하레노쿠니 오카야마
지난번 세토우치 체류 때 피부가 옷 무늬대로 새빨갛게 익어버렸던지라 이번에는 가방 자리가 좀 좁아도 우양산을 무조건! 들고 다니기로⋯⋯ 햇빛이 엄청 쨍쨍한 것 치고는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는데 이게 더운 게 문제가 아니라 자외선이 문제인 거라서, 급한대로 숙소 나오자마자 바로 양산 펴고 걸어다녔습니다
 
현재진행형으로 일본살이 중인 Team 일본거주민들한테 4월에 양산 쓰는 거 너무 꼴값떠는 것 같아 보이냐고 물어봤는데 정확히 트친 3명 모두 멘션으로 전혀꼴값아니고, 쓰고다녀도됨 오히려 쓰고 다니는 게 맞음 ← 이라는 답변을 듣고 앗넵! 하면서 바로 캐리어에 챙겨감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제 피부가 익지 않았어요
 

 

오카야마역 도착! 지난번 토요일 전시 관람 때랑 마찬가지로 8시 30분에 출발하는 아코선을 타고 가요
 
산쵸모 전시를 보러 갈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코선 배차 간격이 아무리 거지같아도 한 시간에 한 대는 무조건 온다는 사실에 감사를 하셔야 합니다 심지어 출발 시간 5분 전에 미리 역에 도착해서 탑승 대기도 해 줌! 배차간격만 보고 경자 붙는 수도권 지하철 노선을 생각하셨다면 당장 아코선에게 사과를 하셔야 합니다⋯⋯
 
하여간 카드 찍고 들어오니 14분밖에 안 돼서 역사 구경하다가 에반게리온 전시회? 로 추정되는 홍보물을 봤음
저는 에반게리온과 아주 각별한 추억이 있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재학 중인 대학의 지도교수님께서 에반게리온과 90년대 일본의 가족관을 엮어서 논문을 쓰셨답니다 그걸 너무 재밌게 읽고 메일로 논문 감상평을 보냈다가 교수님과 티키타카를 여러 차례 주고받은 기억이 있네요 정말 재미있는, 흥미로운 논문이니 읽어보실 분은 이 링크를 들어가 보셔요⋯⋯
 
 
09:02
어김없이 오사후네역 도착
 

 

오카야마역에서도 아코선 같이 타는 사람들 중에 사니와로 추정되는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구라 안 까고 그분들 다~ 여기서 내리심
그렇겠지요 굳이 이 촌동네까지 지하철 타고 오신 데에는 이유가 다 있겠지요⋯⋯
 
내리자마자 셔틀버스가 바뀐 걸 보고 어? 함 지난번에는 하얀색 외장에 좌 1석+우 2석+간이석 1개씩인 구조였는데, 이번에는 좀 더 큰 버스에 좌우 모두 2석씩 있는 걸로 차종이 바뀌었더라고요 하긴 그거 개좁아서 만차이슈로 중간 정류장에서 못 타신 분들이 꽤 많았던 기억이 있어서⋯⋯ 차라리 인원 다 못 채우더라도 큰 차로 바꾼 건 잘 했다고 생각함///
 
박물관 관계자 여러분은 무명도 이치몬지 산쵸모의 관광객 유치 파워를 너무 얕보신 것 같습니다
 

 
한 달 만이네요 쵸모 씨⋯⋯ 여전히 때 안 타고 깨끗한 모습이라 보기 좋네요
전에도 말했지만 이 콜라보 노보리를 미니 사이즈로 오사후네 박물관 물산관에서 팔고 있는데, 진짜 작고 재질도 약해서 그냥 이 더럽게 큰 걸 1만엔 정도 받고 팔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사도 딱히 세워 놓을 곳은 없겠지만(ㅋㅋ)
 

 

근시야 나와
AYA
 
오늘은 이치몬지 네일팁을 붙였어요
지난번에 세토우치 왔을 때는 그냥 개취대로 검은색 자석네일을 붙였는데, 그래도 나름 관람 3회차째니까 이치몬지 MOOD로 맞춰 가고 싶어서 에〇블리 한참 뒤지다가 딱 이치몬지스러운 ! ! ! 하얀 바디에 빨간색 프렌치 네일 형태의 팁을 찾았습니다/// 도검난무 내 후쿠오카 이치몬지도 단체로 하얀 슬랙스/하카마에 붉은 슬릿이 들어가 있어서⋯⋯ 진짜 너무감사하시다 하고 바로 구매갈겼음
 
저번에 자석네일 하고 왔을 때는 무슨 갓 태어난 새끼기린 못 걷고 바들바들 떠는 것마냥 긴 손톱 적응 안 돼서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새 긴 쉐입에 적응해서 저 네일 붙이고는 편하게 잘만 돌아다녔습니다 ^__^
 
이쯤에서 노보리 찍고 버스 출발 시간(09:40)까지 뭐 더 할 거 없나~ 하면서 사진 찍을 건덕지를 찾아서 주차장이랑 역 인근을 어슬렁어슬렁대고 있었음, 그러더니 역 앞에 버스 세워두신 기사 할아버지 한 분께서 산쵸모 전시 보러 왔니? 라고 하시길래 네 맞아요(ㅋㅋ) 하고 답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저짝에 산쵸모 프린팅된 택시 있어 가서 사진도 좀 찍고 해

라고하시는거임⋯⋯
 

 

진지하게 차량탈취하고싶었음
면허도 안 땄는데 그냥 일단 탈취하고 싶었습니다
 
도색에 산쵸모 본체가 들어가 있는 건 뭐 당연하고, 차 안쪽 대시보드에도 오사후네 후레아이 박물관에서 낸 산쵸모 굿즈들이라든지 도검난무 산쵸모 굿즈들을 쭉 늘어놓으셨더라고요 정말 여기 타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ㅜ ㅜ) 바로 옆에는 택시기사님들이 이용하시는 휴게소? 카페? 가 있어서 진짜로 운영하는 차인지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 때 현금도 얼마 없어서 그냥 소심하게 사진만 이래저래 찍고 나왔네요⋯⋯ 그런데 오후에 와서 보니까 이 차 주행나가고 없덥니다
 
나도타고싶어 〇발
 
하여간 그 자리에 더 있다가는 정신이 아파질 것 같아서 버스 정류장 근처로 갔더니 기사님께서 친절하시게도 미리 타서 기다려도 되니까 들어와라 해주셔서 9시 40분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도 맨 앞자리 잡고 앉아서 내릴 때도 빨리 내렸어요
 
 
09:40
 

 

오늘도 세토우치는 시골입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풀들이 죄다 갈색이거나 누리끼리했는데, 4월 되고 오니까 확실히 풀들도 많이 자라서 푸릇푸릇해진 게 눈에 보였네요
 
박물관에서 역까지는 10-15분 정도가 걸리는데, 버스 타고 가는 길마다 하나같이 시골 바이브의 풍경들 뿐이라 정겹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확실히 산쵸모 소장처라는 특이사항이 없었더라면 굳이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 같은 곳이긴 했습니다 후쿠오카 이치몬지파 성지순례라면 또 몰라도 볼 만한 칼이 있지 않은 이상 굳이 이런 접근성 낮은 동네를 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ㅜ ㅜ)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자면 지역 홍보 측면에서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관광 자원이 있다는 건 무척 긍정적인 일이고, 세토우치시는 그걸 산쵸모가 해 주고 있는 거구요. 비나 햇빛에 손상 위험이 있는 유적보다야 훨씬 관리의 효율성이 좋기도 하고, 개중에서도 가장 내구성이 좋은 강철-일본도에 속하다 보니 관리만 잘 해준다면 지금껏 잘 보존되어 왔던 것처럼 22세기, 23세기까지 계속 후대에게 이어줄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이니까요.
 
일본도라는 건 참 좋은 거야⋯⋯
 
 
09:56
 

 

지난달의 정신병 주범, 산쵸모 맨홀입니다
박물관 정문에서 열렸던 이 맨홀 설치식(무려 데지타로와 뚱뚱노스케도 참석하는)을 꼭 보고 귀국하고 싶었는데 설치식은 11시, 비행기 시간은 10시 30분이었어서 그냥 정신병만 영원히 처먹은 상태로 귀국했고 오늘 이렇게 다시 오게 됐네요
 
저는 단나사마 피코피코 MOOD보다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크게 문제되지 않을 선에서 줘패고 싶어하는 고질병이 있어서 마 ㅋㅋ 딱 기다려라 밟아준다 ㅋㅋ 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실물 보니까 도 저 히 못 밟겠는 거예요 그냥 맨홀 너무 아름답고, 분명 맨홀따리인데 골져스하고⋯⋯ 저번달에 이 맨홀 디자인으로 동그란 아크릴 굿즈 나온 거 품절되기 전에 살걸!!! 이라는 생각에 또 정신병 걸림 그냥 영원히 사람이 정신병의 굴레에 갇혀 삶
 
저번달에 제가 참석했던 산쵸모 전반부 전시에서는 코시라에가 동시 전시되는 플랜(우치가타나 양식의 전시 형태)이었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후반부 전시에서는 코시라에 없이 산쵸모만 단독으로 전시되는 플랜(타치 양식의 전시 형태)입니다! 일본은 슬슬 골든 위크 주간이기도 하고 9시에 박물관에 올라온 트윗에서도 주차장까지 길게 줄이 있길래 아⋯⋯ 이번에도 한 10분은 기다려야 들어가겠구나 싶었는데 웬일로? 정문이 깨끗한 거임 그래서 기냥 바로 드갔네요
 
 
09:59
전반부/후반부 전시의 구성품이 살짝씩 다르기는 한데 어차피 산쵸모 전시 하나만 노리고 온 거고, 그냥 빠르게 훑고 패스하자 싶어서 1층은 노룩패스, 표 끊자마자 바로 2층에 있는 산쵸모 전시실로 직행했습니다 여기도 굳이 볼 건 없겠다⋯⋯ 싶어서
 
분명 계단 올라갈 때만 해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음
 

 

누가 알았겠습니카?
산쵸모 보러 간 세토우치 오사후네 도검박물관에서 어물 코가라스마루 우츠시를 자만추하게 될 줄
 

우리아빠다!!!!!!!!!!!!!!!!!!!!!!!!!!!!!

진심, 거짓말 안 하고 이거 본 순간 엥 이거 아빠잖아? 아빠인데? 잠깐만 아빠가 왜 여기 있지? 그냥 이런 느낌의 평범한 칼인데 내가 아빠로 착각하고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해서 급하게 설명문을 읽었습니다
 

 
'어물 코가라스마루의 우츠시'
 

이 때 진심 육성으로 〇발소리 나올 뻔했는데 앞뒤로 사니와분들이 계셔서 그냥 정신 겨우 잡고 참았음
 
코가라스마루는 일본 황실의 소장품인 '어물(御物)'로 분류되는 탓에 일반 대중 전시는 뭐⋯⋯ 물 건너간 거고 설령 만에 하나 해 준다고 해도 그게 언제가 될지, 어디서 할지 기약도 없습니다 (ㅜ ㅜ) 그나마 도검난무 만방에 가면 가끔 아빠 우츠시를 전시해 주기도 하고, 교토에 가도 아빠 우츠시가 있는 신사가 있긴 합니다만 그마저도 상설 전시가 아닌데다가 여기도 오사후네 도검박물관 못지않게 접근성이 낮은 곳이라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아빠 실물이든 우츠시든 보고 죽을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감에 잠겨서 사실상 포기 아닌 포기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걸 봤다고⋯⋯ 비록 실물은 황가에 잠들어 계시지만 우츠시로나마 아빠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저 도검난무 입덕캐가 아빠예요 (ㅜ ㅜ) !! 코가라스마루에 꽂혀서 도검난무 시작하게 된 거라, 다른 의미에서는 시작의 한 자루인 셈인데 이걸 이렇게 만나서 너무 행복하고, 이 순간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코가라스마루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직도에서 곡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제작되었다는 점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혼합 형태인 듯해요. 하바키부터 시작되는 도신 밑부분 ⅓은 카타나처럼 외날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이후부터 킷사키까지는 츠루기처럼 양날 형태로 제작되어 하나의 일본도에서 두 가지의 상반되는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아빠의 느좋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진 1의 곡도 → 직도 형태 변화 부분이 얼핏 보면 히(樋)처럼도 보이지 않나요?
 
전반적으로는 츠루기의 형태를 더 강하게 띄고 있지만, 코가라스마루 자체는 여타의 일본도처럼 반듯한 직도가 아니라 소리(反り)가 있는 곡도 형태로 만들어진 것도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도검난무의 코가라스마루도 자신을 '일본도의 아버지'라고 칭하는데, 정말 그렇게 자부하고 자칭할 법 한 아주아주 멋지고 좋은 한 자루입니다 ㅠ///ㅠ 하바키도 동글매끈하니 너무 코엽고! 타치임에도 우치가타나 양식으로 전시되어 있는 점이(형태 변화 부분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이 쪽을 일부러 선택하신 듯합니다) 또 좋았네요
 
각잡고 이것만 10분동안 보고 산쵸모를 보면서 나오고 싶었는데 전시실 동선상 그럴 수도 없었고, 일단 주 목적 자체는 산쵸모 관람이기 때문에 사진 몇 장 찍으면서(근데 너무 좋아서 손 떨면서 찍느라 절반을 날렸네요, ㉦㉥) 방해 안 되게 적당히 눈치 보면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전시실 안에 웬일로 사람이 진~짜 없어서⋯⋯ 이거 잘하면 산쵸모 두 번도 보겠는데? 싶어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라고 생각했음
 
 
10:02
 

 

이번에는 코시라에 없이 진열장 전체를 산쵸모 혼자 넓게 쓰다 보니 멀리서부터 온갖 조명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나더라구요⋯⋯ 글이나 사진으로는 절대 안 전해져서, 직접 봐야만 느낄 수 있는 그 감동이 있음
 
안녕하세요 무명도 이치몬지 산쵸모 씨
한 달 만에 비행기 타고 당신 만나러 다시 날아왔어요⋯⋯
 
저는 어느 쪽이냐 하면 우치가타나 양식의 전시 형태일 때 키리코미가 더 선명하고 뚜렷하게 잘 보이기 때문에 그 쪽을 선호하는 편이지만(지난 전시에서는 이 쪽이었고!) 타치 양식으로 전시하는 것도 진짜 감동이더라고요 일단 소리가 엄청 깊다는 점이 헌 눈에도 아주 잘 보이고, 굴곡이 깊은 와중에도 아주 매끄러운 형태로 단조되어서 꼭 활대나 초승달 같은 유려한 우아함도 느껴졌습니다⋯⋯ 지난번 레포에서 다음 번 전시에서는 산쵸모의 어떤 멋진 점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된다고 적어놨는데, 정말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이 느껴지는 칼이에요///
 

 

저번 전시에는 양일 내내 사람이 정~말 많았어서 저 빨간 라인 너머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오늘은 웬일로 사람이 정말 없었습니다 제가 아빠 우츠시를 마다하고 산쵸모를 향해 튀어간 이유를 아시겠지요⋯⋯ 사실 양옆으로는 제법 사람이 꽉 껴서 완전 독점 감상은 아니었지만, 건너편에 사람이 없으니 꼭 산쵸모랑 1:1로 대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벅찼어요
 
일본 타임라인에서 넘어오는 트윗들을 보면, 저번 전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유난히 산쵸모의 하몬이 반짝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과연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아마 코시라에 전시를 위해 조도를 조금 어둡게 설정한 면이 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 넓은 진열장에 그대 혼자라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다 가져가시고, 영원히 반짝반짝 빛나고 나는 이 칼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고
 

 

저는 산쵸모의 키리코미가 정말 좋거든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보세요⋯⋯ 두 번 보시고 세 번 보세요
 
중세 시대부터도 이미 일본도가 미술품으로 여겨졌던 만큼, 상처가 있는 일본도들은 으레 낮은 평가를 받곤 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여 들어가서 나오는 상처는 당연하게도 하자품 취급을 받았고, 테이레나 연마 과정에서 상처가 나기라도 한다면 미술품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러나 유일하게 일본도에 있어서 주요 감상 포인트라고 고평가될 수 있는 것이 전투 중에 생겨난 상처, 구체적으로는 키리코미 외에 별달리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칼과 칼이 큰 충격으로 맞닿아 생기는 키리코미가 발생할 정도의 격렬한 전투에서도 도신에 상처만 조금 입고 끝났다는 건 그 자체로 사용자의 무위가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이 일본도가 얼마나 강한 내구성을 갖고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산쵸모와 비슷한 경우 중 하나로, 이시다 마사무네는 칼등 쪽에 키리코미가 두 개 나 있어 '키리코미 마사무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지요! 그만큼 키리코미는 일본도 감상에 있어서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되는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산쵸모가 가지고 있다는 게 정말 너무 좋아요⋯⋯ (ㅜ ㅜ)
 

 

사실 저번 레포 두 개에서 이미 온갖 난리를 다 떨어놔서 했던 말 또 하는 기분이지만 어차피 이 글 자기만족용으로 쓴 거고, 주의깊게 읽는 사람도 없을 거 알아서 했던 말 계속 하고 또 할 거임!
 
이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나카고는 이미 새까맣게 녹슬어서 빛도 반사하지 않을 정도로 세월감이 느껴지는 데에 비해 도신은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조명의 둥근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나카고⋯⋯ 애초에 무명도로 태어난 칼이기도 하고 손잡이에 들어가는 부분이니 굳이 테이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카마쿠라 초중기부터 거쳐온 세월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신도나 신신도처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칼들도 그들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오래된 고도를 더 좋아하는 내게는 정말 참을 수 없이 〇리는 부분이었음을⋯⋯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아주아주 화려하고 새 것처럼 반짝이는 도신이⋯⋯ 이게 바로 그 흔하다는 스리아게조차 되지 않은, 연마조차 몇 번 되지도 않은 우부(제작 직후의 새삥) 상태를 거의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는 산쵸모라는 칼의 정수고, 귀한 몸이다 못해 5억 엔이나 되는 일본도 끝판왕의 위엄이랍니다 (ㅜ ㅜ) 처음 첨부한 산쵸모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옆에서 보면⋯⋯ 그냥 투명하게 반사되어서 거울처럼 보이거든요 이걸 보고 진짜 제정신인가? 어떻게 하면 최소 600년도 더 된 칼을 이렇게 새 것처럼 유지할 수 있지? 싶어서(다 기술이 있겠습니다마는) 벅찼고요
 

 
지금까지 2046이 산쵸모 하몬 닮았다고 한 것들: 새의 솜털, 불꽃의 모양, 해변에 밀려오는 파도 거품이나 물결
여기에 오늘 연기 ← 추가하려고요⋯⋯
 
산쵸모의 하몬은 쵸지(丁子), 즉 정향나무의 꽃봉오리 모습을 닮은 쪽으로 분류가 되는데(흔히들 라일락으로 많이 착각하시는 그거요) 물론 그런 모습도 중간중간 보입니다마는, 킷사키로 갈수록 점점 연기처럼 어지럽고 다채로운 형태로 퍼져 나갔다가 킷사키에 완전히 이르러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몬이 깔끔하고 잔잔하게 정리되는 모습이죠⋯⋯ 꼭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하몬에서 점점 넓고 은은하게 퍼져 나가 가장 뾰족한 킷사키를 향해 흘러가는 것이 무언가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온 니죽이는각도 시간입니다
 
360도 전시 케이스의 장점: 도검남사가 니 죽이기 3초 전 각도에서도 볼 수 있음, 그리고 다른 분들도 이렇게 많이 보시더라고요⋯⋯ 역시 좋아하는 칼에게 찔려죽기 간접체험을 모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박물관들은 새겨들으십시오
 

 

지난번 전시부터 산쵸모 도신이 완전 앙나 얇다고 했는데, 이 사진 보시면 좀 실감이 되실지요⋯⋯ 아래에 놓인 아크릴? 플라스틱 받침대의 두께에 견줄 만큼(저는 오히려 더 얇다고 생각해요) 얇고 정교한 도신입니다! 이렇게나 얇고 길쭉한 칼인데 어떻게 저런 화려한 하몬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키리코미까지 발생했던 격한 전투에서 도파 없이 살아남았는지 그냥 감격스럽고 벅찰 따름입니다 그냥 그 날(2026.03.20) 이후로 이치몬지여시돼서 정신상태 좀 이상해진 것 같음
 
그리고 여전히 박물관 안에 사람이 얼마 없었어요, 그래서 다 보자마자 바로 한 바퀴 다시 돌아서 산쵸모 두 번 관람했습니다 ㅎ.ㅎ 첫 번째 볼 때는 사진을 와라락 찍고, 두 번째 볼 때는 정말 가슴에 양손 모은 채로 벅차서 엄청 쳐다보다 나옴 순수 관람 시간만 따지면 여기서만 한 10분을 보냈네요⋯⋯ 웬일로 사람이 없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뭐 좋은 게 좋은 거고(ㅋㅋ) 덕분에 아주 진득하게 관람하다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산쵸모는 봐도 봐도 또 보고 싶고, 돌아서면 또 보고 싶고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관람 포인트가 생기는 아주 멋진 칼인 것 같아요 다들 언젠가는 꼭 한 번씩 실물로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ㅇ///ㅇ
 
 
10:12
아까 막 표 끊으러 들어왔을 때는 산쵸모 전투 등신대 앞에 사람이 꽤 많았어서 그냥 이따 찍자⋯⋯ 하고 바로 칼 보러 들어갔는데 지금은 또 사람이 몇 없어서 바로 사진 찍었네요
 

 

전투 스탠딩 너무 좋고요⋯⋯
엄매한테 이 얘기 했더니 저번부터 키가 189cm인데 어떻게 다리가 이메다냐고 되게 뭐라 하시는데 진짜 비율이 말이 안 되잖아요 분명 189cm짜리(±2cm 정도의 오차?) 등신대일 텐데 정말 위압감 하나는 2m입니다
 

 
오늘도 좋은 추억 만들어 줘서 고맙습니다 비젠 오사후네 도검박물관
24시간 뒤에 또 오리다⋯⋯
 
 
10:15
박물관 안쪽 연수동에 있는 판매존에 입장! 이번 전시는 특별히 도검난무 만방이 출장을 나와서 가운데에 간이 판매존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산쵸모가 후쿠오카 이치몬지 수장이라고 이치몬지 5자루까지 자⋯⋯ 때가 왔다 물 들어올 때 드가자 하고 우르르 따라나온 게 정말 너무 웃김! 역시 가족 아니랄까봐
 

 

뭐랄까⋯⋯ 상품은 많은데 딱히 다 사고 싶진 않았고 예전에 사니와증 발매 소식 나오자마자 바로 글 찾아서 탔었는데 하루도 안 돼서 공구팽당한 기억이 있던 것 때문에(ㅋㅋ⋯⋯) 이번 출장 만방에서 이치몬지 사니와증을 판다길래 야르~♡ 하고 바로 산쵸모 집었습니다! 탑꾸천재 트친을 둬서 이번 사니와증도 그 쪽으로 커미션을 맡겨 보려고 합니다/// 사.꾸(사니와증 꾸미기) ㄱㄱ
 
얼마 안 산다는 것치고는 사니와증 말고도 산쵸모 경장 디자인 손수건(1), 복싱아 부적(2), 후쿠오카 이치몬지 양갱 세트(3)까지 샀구요 이건 마지막 출국편 레포에서 최종 정산할 때 자세하게 후기 남기도록 하겠어요! 원래는 산쵸모 맨홀 디자인으로 나온 10cm짜리 메달을 사고 싶었는데 일단 가격도 꽤 부담되는 아이였고⋯⋯ 실제로 보니까 맨홀처럼 완전 쇠 재질이라기보다는 반투명한 느낌이라 빛 반사가 안 되고 색감이 너무 구린 거예요 (ㅜ ㅜ) 그래서 잘가게. 하고 놔줌 이건 못 샀다고 후회할 것 같지도 않고
 
하여튼 만방에서 거의 5만원? 쓴 것 같습니다 집은 것들 주워담아서 계산하러 레지 카운터로 갔는데, 지금 막 박물관 앞에서 사진 찍자마자 들어온 터라 왕빡이랑 누이를 집어넣을 시간이 없어서 대충 한 팔에 껴안고 갔거든요⋯⋯ 그랬더니 카운터 보시는 분 3분이 친절하게 계산해주시면서 인형 너무 귀엽다, 옷까지 입고 있네요 사랑받는 아이네요~ 해 주셔서 너무너무 기뻤음 ! ! ! ! ! ! 물론 립서비스겠지만 정말 감사해요 우리 돼지아기 앉지도 못하는데 기죽지 말라고 꼬까옷 입혀줬습니다 🤟🏻🩷
 

 

언제나의 그 곳에서 가져온 굿즈들 놓고 찍기
이번에는 요전의 선글라스 벗은 쵸모 모찌가 없더라고요? 누가 두고 가셨던 건지, 아니면 이 박물관 모찌가 맞긴 한데 오늘은 안 꺼내두신 건지 모르겠으나 괜히 아쉽기도 하고⋯⋯ 조그만 칼 가챠나 포카, 하여간에 그런 거 놓고 찍으라고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거치대가 있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탑꾸의 하중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옆에 조심히 치워두고 찍었음
 
 
10:20
후레아이 물산관 입장! 사람 많았고, 이번에는 사고 싶은 게 워낙 뚜렷해서 오래 헤메진 않았고 바로바로 집어서 계산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산 것들은 출국편 레포에 넣을 거고, 오늘은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쏟으면 안 됨⋯⋯ 어딘지는 이따가 나와요
 

 

분명 저번에는 없었던 돼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후레아이 박물관이 돼지들에게 점령당하는 진귀한 광경을 보고 계십니다
 
이 사진 뒤에 바로 유리가 있어서 역광 미친 것 때문에 안 넣으려고 했는데 그냥 이 모든 시추에이션이 너무 웃기지 않나요? 산쵸모 두 마리는 뭐 그럴 만함, 근데 갑자기 돼지조상님 참전 ← 이 흐름이 너무 귀엽고 웃겨서 그냥 홀린 듯이 찍었음!
 

 

존안을 뵙습니다⋯⋯ (ㅜ ㅜ)
여기서 한 컷 찍고 싶었는데 오늘은 다들 바쁘셔서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누이샷만 찍고 나옴 어차피 저번에도 한 번 같이 찍었어서 이제 뭐 딱히 미련은 없음! 유메죠시 샷은 한 두 번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10:42
박물관 관람이 끝났으니 이제 돼지몬지들 판넬 만나러 갈 때입니다⋯⋯ 저번이랑 마찬가지로 가장 판넬 공개 시간 짧은 유키에 신사부터 갈 거고, 그 다음은 지겐인 들렀다가 셔틀 타고 오사후네 역으로 돌아가서 아주아주 가고 싶었던 곳을 갈 거예요!
유키에 신사는 도보로 가는 수밖에 없어서 일단 짐 들고 바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진짜 기분 더러운 일이 있었는데 이걸 다 구구절절 설명하면 저도 그렇고 보시는 여러분도 기분 잡치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1. 세토우치는 시골이라서 도로폭이 워낙에 좁고, 인도랑 차도를 구분하는 게 하얀 페인트 선 한 줄밖에 없음
2. 인도 바로 옆이 논두렁에 수로까지 껴 있는 것 때문에 안 그래도 존㉯ 위험해 보여서, 수로에 발 빠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안쪽으로 붙어 걸음
3. 이 상황에서 서로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차 두 대가 서로 지나가려고 20초동안 기싸움을 함
4. 그걸 갖다가 갑자기 양쪽 차주가 차창 내리고 나한테 화풀이를 함(니 때문에 여기를 못 지나갔네 뭐 어쩌네⋯⋯)
 
진심 뭐 〇발 그러면 냅다 남이 농사짓는 중인 개인 사유지 밟고 들어가서 길을 비켜줘야 하나? 차도를 와리가리치면서 걸은 것도 아니고, 지들이 카니발 산타페같은 대형차종을 운전하는 것도 아니고(이러면 당연히 멈춰서서 비켜드리든 빨리 지나가든 했겠죠), 끽해야 레이따리 좃만한 소형차 끌고 다니면서 유난도 이런 유난이⋯⋯
 
대가리 털 다 벗겨진 미친 노친네들이 입만 살아서 アホ ㉧㉨㉣을 하시던데 동행인도 없는 제가(1) 대낮이긴 하지만 시골길을 걷는 와중에(2) 거따 대고 일본어로 기름기 번들거리는 모가지 따버리기 전에 차창 올리고 꺼지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3)
그냥 이어폰 끼고 쇼미 노래 들으면서 쿨빠했습니다
 
다시 적는데도 개열받네요
운전 개〇같이 하기로 유명한 오카야마현에 굳이 칼 보러 오겠다고 한 제 과실도 있겠죠 ㉻㉻
 
 
10:59
 

 
하여튼 사람 안 죽이고 유키에 신사 무사히 도착
돼지몬지의 습격이다!
 
저번에 왔을 때는 사람이 많아서 안 그래도 좁은 신사 내에 인파가 바글바글했는데 웬일로 오늘은 많이들 없으셨음 그리고 신사 손님맞이 내번 서는 쵸모 라비코레도 오늘 없음 ← 제발, 하늘 무너지는 것 같고 마음이 안 좋다⋯⋯ 그래도 사람 없어서 유키에 신사에 봉납된 산쵸모 우츠시랑 비젠야키를 느긋하게 볼 수 있는 점은 좋았네요///

 

 

차례대로 위쪽은 산쵸모 우츠시, 아랫쪽은 비젠야키(도자기로 구워낸 산쵸모)입니다
 
지난달에 왔을 때는 아랫쪽이 뭔지 몰라서 뭐 대충 나무로 만든 목검에 산쵸모 하몬을 똑같이 따라 그려놓은 건가? 안 그래도 위쪽 우츠시가 하몬의 재현도가 아주 같지는 않아서 가이드라인 용으로 비교해 보라고 올려둔 건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 도자기랩니다⋯⋯ 산쵸모 실물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빚은 도자기를 구워서 그 위에 하얀색으로 하몬을 똑같이 그린 거예요
 
진심 충격먹음
도자기로도 이렇게까지 정교한 우츠시를 만들 수 있다고? 그리고 이렇게까지 산쵸모를 위해 많은 걸 하고 있다고?
 
정말 사랑받는 칼이구나⋯⋯
 
 
11:12
지겐인 도착! 이번에는 아예 박물관 앞길에서부터 지겐인까지 가는 길을 표시해 두셨더라고요. 덕분에 지도 굳이 안 보고도 한국에 계신 엄매랑 영상통화 하면서 길 잘 찾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__^ 이래저래 지름길이 복잡하기는 한데, 확실히 골목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루트라서 지난번보다 더 빨리 보고 나올 수 있었어요
 

 

돼지몬지의 습격이다!
오늘은 둘 다 뒤에 뭘 고정해 둔 건지, 바람이 불어서 제 양산은 뒤집혔지만 도요 씨가 구르는 일은 없었다네요
 

 

지난번 레포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사진을 못 찍어서 이제서야 들고 온 지겐인의 일본도 모양 에마(絵馬)입니다! 하나같이 세월감이 있어서 몇몇 에마는 글자가 좀 지워지기도 하고, 저부터가 일본어 필기체를 잘 읽는 편은 아니라 모든 에마를 읽을 수는 없었는데 사진에도 보이는 저 「彼女ほしい」가 너무 웃겼네요
 
청년~
그럴 시간에 노력을 해
 
 
11:20
박물관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11시 20분 예정인데, 제가 지겐인을 가려고 했을 때는 11시 2분이었기 때문에 아⋯⋯ 그냥 지겐인 보고 박물관에서 시간 좀 더 때우다가 12시 차를 타고 역까지 가야겠다 했거든요? 그런데 지겐인 다 보고 박물관 돌아오니 11시 18분이었고 아직 버스가 출발하지도 않아서 않되〇발!!!  하고 바~로 버스 타기 성공
 
이제 역까지 가서 근처 세븐에서 현금 뽑고, 택시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갈 거예요
 

 

세토우치시에 사랑받는 티
여기는 오사후네역 바로 앞에 있는 약국인데, 이 약국 안에도 산쵸모 노보리가 걸려 있었습니다(ㅋㅋ) 도대체 얼마나 사랑받는 중인 거야⋯⋯ 이 마을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산쵸모 전시를 응원하고 있는 게 정말 여실히 느껴져서 또 갑자기 마음 좋아짐
 
 
11:39
점심 먹으러 역에서 택시 타고 나카자키테이(후쿠오카쵸) 근처에 있는 이치몬지 우동에 왔습니다!
제가 아까부터 말했던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 여기고요, 저번에는 2시 다 돼서 늦게 온 것 때문에 영업 종료 시각인 3시에 걸릴까봐 그냥 가게 외관 정도만 구경하고 나왔는데 오늘은 점심도 먹을 겸 일찍 다녀오자! 토켄죠시라면 여기까지 와서 이치몬지 우동 한 번 먹어 봐야지! 하고 냅다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현금 ONLY인 셀프 우동집이고요, 튀김을 접시에 담아서 카운터로 가져간 후에 어떤 종류의 우동을 먹을 건지 말하면 해당 메뉴에 맞는 생면을 가져와 주십니다. 계산 후에는 직접 면을 물에 풀어서 불리고, 육수도 입맞에 맞는 걸로 부은 다음에 자유롭게 즐기는 방식! 일본 와서, 그것도 셀프 우동집은 처음인지라 (ㅜ ㅜ) 부끄럽게도 처음에 말귀를 잘 못 알아들었는데 카운터 보시는 직원분께서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맛있는 한 끼를 먹었어요 감사합니따 🫰🏻💛
 
계산하실 때 산쵸모 전시 기념 명함포카도 한 장 같이 주셨는데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 중입니다! 이것도 출국편 레포에서 정산 예정 ㅡ///ㅡ
 

 

대강 이런 느낌
저 체망에 이 생면을 넣고 뜨거운 물에 넣어서 데치면 먹을 준비 반쯤 끝난 거구요⋯⋯ 의외로 이게 또 재밌어서 한 1분동안 히히 재밌다 하고 계속 면 풀고 있었네요(ㅋㅋ) 저는 기본 메뉴인 카케우동으로 시켰고, 육수는 코이구치에 간장을 살짝 풀었습니다
 

 

완성샷은 이런 느낌! 저는 미츠바(반디나물)랑 치쿠와를 사이드로 곁들였어요. 가격대가 싼 느낌이라 그냥 이치몬지 이름값 뽕에 먹는 거지,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웬걸 맛이 꽤 좋습니다⋯⋯ 국물도 부담스럽지 않게 진하고, 튀김도 눅눅한 식감이 아니라 바삭바삭해서 우동이랑 같이 먹을 때도 궁합이 괜찮았어요! 파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같이 먹으니 시원하고 맛있더라고요///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산쵸모 전시 보러 가실 분들은 시간 내서 한 번쯤 들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산쵸모_너는못먹겠지
뒤쪽 탑꾸의 축장 쵸모 씨가 노려보는 건 기분 탓입니다
 
 
12:24
창가 1인석에 앉긴 했지만 슬슬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가게에 들어오기도 하고, 너무 오래 앉아있는 것도 민폐일 것 같아 슬슬 다 먹은 참에 가게 나오기로 결정. 직원분한테 인사 드리고 나오고 싶었는데 안에서 다들 너무 바쁘게 움직이고 계셔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슬쩍 나왔습니다 (ㅜ ㅜ)
 

 

오늘도 펄럭이는 이치몬지 우동의 노보리
참 이렇게 보니까 산쵸모 마을 만들기(山鳥毛里づくり) 프로젝트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새삼 실감이 나기도 하고⋯⋯ 좋아하는 칼과 캐릭터가 지역 경제 발전과 각종 상권 상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오타쿠로서 이만큼 기쁜 일도 없겠지요!
 
이제 저번에도 갔던, 쵸모랑 닛코 산책남사 판넬이 있는 나카자키테이가 있는 비젠 후쿠오카를 향해 갑니다⋯⋯ 이치몬지 우동 바로 근처가 셔틀버스 중간 정류장이라 나카자키테이까지는 걸어서 20분도 안 걸리는 제법 가까운 거리예요
 

 
그런데 짜잔
점심시간~
 
바보같이 점심시간 걸리는 줄을 모르고 냅다 들이친 거예요(ㅋㅋ) 그렇겠지 저번에는 점심시간 내내 후르츠 가든에서 산쵸모 콜라보 메뉴 먹고 나카자키테이를 무탈하게 갔으니까⋯⋯ 짜증난다기보다는 그냥 웃겼네요 비행기 내리자마자 공식 계정 확인해서 산책남사 판넬 전시 시간을 분명 확인했는데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그걸 또 그새 까먹고
 
한 8분쯤? 머리 식히다가 결국 여기는 내일 다시 오기로 했습니다 이 때가 1시도 안 됐을 때인데 이 뙤약볕에(양산이 있다고 해도) 몇십 분씩이나 서서 기다리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고, 워낙 촌동네라 근처에 앉아있을 카페가 있기를 해 없지⋯⋯ 그냥 오늘의 세토우치 탐방은 이쯤 하고 기필코 내일은 점심시간을 피해서 가리라 다짐함
 
어차피 저번에 한 번 보기도 했고 딱히 안 봐서 문제될 만한 곳도 아니었는데 저 안에 돼지몬지 산책남사 두 마리 갇혀있고, 그럼 어쩔 수 없이 보러 가야죠 가서 사진 찍고 나와야죠 모처럼 비행기 타고 온 곳인데!
 

 
나카자키테이는 못 들어갔지만 비젠 후쿠오카 표지판 앞에서 돼쵸모랑 한 컷 찍었습니다///
잘 아시듯이 우리에게 익숙한 큐슈의 후쿠오카는 사실 이 비젠 후쿠오카에서 따온 지명으로, 쿠로다 가문이 큐슈 지역의 다이묘가 되며 자신들의 고향 이름을 붙인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게 된 케이스입니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이쪽이 원조다
 
후쿠오카 이치몬지만이 진정한 후쿠오카의 주인인 것이다⋯⋯
 
 
13:02
오카야마행 아코선은 13시 30분에 오고, 딱히 이제 할 것도 없는데 괜히 더 돌아다니기는 귀찮아서 역 앞 벤치에 앉아서 오늘 찍은 사진들 좀 정리하고, 화장 좀 고치고, 아까 뒤집어진 우산 살도 좀 고치고 하면서 시간 때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별 생각 없이 하늘을 봤는데
 

 

너무나도 산쵸모의 하몬 같은 비행기 구름이!
보자마자 헐⋯⋯ 뭐지! 하고 바로 일어나서 가림막 없는 쪽으로 구름 전체를 쭉 구경하러 나갔습니다
 

 

보자마자 하몬 같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왼쪽 부분이고, 오른쪽으로 갈 수록 점점 흐려지고 옅어지는 것이 꼭 킷사키를 향해 달려가는 산쵸모의 하몬 같기도 하고, 혹은 나카고(손잡이) 같기도 하고⋯⋯ 저만 그렇게 보였다면 ㅈㅅ합니다 그런데 다시 봐도 저 타이밍에 하늘 올려다봤다가 이런 구름 본 게 너무너무 우연의 일치고, 운명같아서 고민할 새도 없이 구름 사라지기 전에 바로 사진을 찍었어요
 
어제 오카야마성에서 운쇼를 만난 후로 구름의 가호라도 받은 걸까요?
고마워 따봉운쇼야
 

 

이치몬지 네일팁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왼손 검지는 1편에 썼던 대로 눈썹칼에 깊게 베여서 아직도 고름이랑 피가 차 있던지라(이 레포를 쓰는 현시점은 통증 없이 잘 낫고 있는 중입니다, 걱정 안 해주셔도 되어요) 저 위에 네일팁을 붙이지도 못하겠고 그냥 저러고 하루종일 돌아다님⋯⋯ 그런데 뭐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요 어차피 다 오시카츠하러 온 사람들이고 딱히 남 아웃핏이 어떻든 구색만 대강 갖추면 신경도 안 쓰실 거임
 
 
14:17
숙소 돌아와서 오늘 산 것들 정리하고, 짐 풀었습니다 오늘은 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이때쯤에도 벌써 피로가 상당하더라구요⋯⋯
 

 
오늘의 최대 수확이라면 거진 7천엔짜리인 산쵸모 칼키마쿠라를 냅다 질러버린 거겠지요⋯⋯ 사실 저거 진짜 살 마음 없었고, 진짜 ㉤㉩㉡처럼 보일까봐 자제하려고 했는데 본계 트친들이 걍 사라고 해줘서(정말 고마워요, 안 샀으면 진심 후회할 뻔함) 일단 집고 옆에 샘플 놓여있는 걸 만져봤더니 엄청 말랑말랑하고 촉감 좋은 겁니다 ㉤㉩! 이러면 어떻게 안 사는데
 
심지어 저 칼키마쿠라에 프린팅된 산쵸모는 실물 사이즈고⋯⋯ 저걸 집에 들여놓으면 침대가 좀 좁아지긴 하겠지만서도 집에 들어갈 때마다 산쵸모의 개 아름다운 도신을 실물사이즈로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진짜 안 살 이유가 없고 슬슬 머릿속에서 합리화를 시도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냥 통장 좀 얇아질지언정 지금 안 사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구매함
 
 
18:33
이제 쇼핑도 끝났으니 맘마를 먹자⋯⋯
 

 

어제 사둔 뭐시기 퐁츄퐁츄오므라이스 먹었고요, 위에 올라간 칵테일새우랑 브로콜리가 참 맛있었습니다
 
숙소 안에 다행히도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데파먹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었네요! 뒤에 있는 술들 중에 왼쪽에 있는 건 기간한정이라고 붙어있는 게 궁금해서 샀더니 그렇게 유쾌한 맛도 아니어서(너무 달았음⋯⋯) 두 번 다시는 저걸 줏어먹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시간을 가짐 저는 역시 소주가 제일 잘 맞는 것 같고요⋯⋯
 
하여튼 저거 천천~히 다 먹고 나니 벌써 8시라서 그래! 내일 5시에 일어나서 밥먹고 화장하고 일찍 동행인 마중나가려면 지금 씻고 자는 게 베스트다! 하고 바로 씻치고 스킨케어 하고 누벘습니다
 

 

넌 일찍 일어나면 안 됐어